삼식이의 일기
농사를 지었다-feelbong
필봉 장
2019. 7. 2. 05:07
농사를 지었다-feelbong
금봉산 자락에 땅을샀다
길도없고
묵은 맹지였지만
겁도없이
한꺼번에 저질러진일이다
딸딸이도 샀다
땅 파고
박흰 도팍을 골라내고
몇번을
또 갈고 갈았다
그놈
딸딸이는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몇번을 넘어지고도
그것도 모자라
두어번
언덕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동네 아짐은
"오매! 멍텅구리는 조심해야 한단다"
마늘심고
양파심고
고추도심고
옥수수도심고
들깨 참깨도 심었지만
마늘은
무름병이왔고
고추는 탄저병으로
참깨는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랑
독벌레가 꺽어버렸고
옥수수는 멧돼지가
어설픈 농심을 짓이겨 망처 놓았지
땡볕에 흘러내린 땀방울
그처절한 슬픔이여
올해는
까도까도 그대로라는
자색양파 농사를 지었다
혼자 지었다
춘희는 던벌러 나가고
난
팔둑에 열상(햇빛화상)입어가며
양파 농사만
한번 독한 맘먹고
똑바로
농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