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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탯말 숙어 사전 (펌)

필봉 장 2010. 7. 1. 22:04

전라도 탯말 숙어 사전 12회



166. 해바븐다고 맬갑시 건들어도 디진척 하고 있으라고야
해바븐다고 : 이긴다 맬갑시 : 아무런 이유없이 디진 척 : 죽은 척



167. 동상 찾을라고 니반디나 댕겼는디
동상 : 동생 니반디 : 네 곳 댕기다 : 다니다



168. 느그 엄씨 인자사 포도시 신간 편할라 한께 니가 와서 꼬라지 부려 쓰것냐이!
느그 : 너의 엄씨 : 어머니 인자사 : 이제 포도시 ; 겨우

신간 : 신장과 간장 니가 : 너가 꼬라지 : 성질

169. 싸대기 볼라블기전에 후딱 치내라
싸대기 : 뺨(?) 귀싸대기. 볼싸대기. 볼때기. 볼타구 볼라븐다 : 때린다

후딱 : 빨리 치내라 : 비켜라



170. 머시던지 낙낙하게 하란께 뽀딱하게 하더니만
머시던지 : 무엇이 던지 낙낙하다 : 여유있다 뽀딱하게 : 빠듯하게. 여유없이



171. 요번 곳뿔에 솔찮이 보대껴 브렀는가 쌍판대기가 말이 아니구먼
요번 : 이번 솔찮이 : 많다 보대끼다 : 부대끼다 블다 : 당하다 쌍판대기 : 얼굴



172. 질 건너 점빵에서 서구 사가지고 오라고 내동 일렀어도 징상스럽게 말을 안 듯네
질 : 길 점빵 : 가게 서구 : 석유 내동 : 당부 징하니 : 징그럽게



173. 고 질로 가다가 왼짝으로 돌믄 내 사랑하는 순녀네 집 벌안이 나온다 마시.
고 질로 : 그 길로 왼짝 : 왼쪽 돌믄 : 돌다 벌안 : 뜰 나온다 마시 : 나온다니까요



174. 어이마소, 몸 할라 안 좋음시롱 쩌리 비끼란 말이세.
어이마소 : 부르는 소리(호칭) 몸 할라 : 몸도 쩌리 : 저리



175. 오다마를 너논게 어째서 볼테기가 껄짝스럽다.
오다마 : 큰 구슬. 눈깔 사탕의 별칭(일본 말) 너논게 - 넣다 볼테기 : 볼가득

껄짝스럽다 : 거리끼다



176. 찾을 라고 허대고 댕긴지 뻔히 암시롱 안갤켜준께 니는 짐상 같은 놈이여.
허대고 : 뒤지다 댕기다 : 다니다 암시롱 : 알면서 안갤켜준께 : 안 가르쳐주니까

니는 : 너는 짐상 : 짐승



177. 니가 배긴가 내가 배긴가 보자.
니가 : 너가 배긴가 : 버티다



178. 날 구질라고 항께 지스락 아래다 뽀짝 두어라.
날 구질다 : 날씨가 흐리다 항께 : 하니까 지스락 : 처마 뽀짝 : 가까이


179. 아무리 갈대밑을 더터도 까마치는 고사하고 깨구락지도 없네
더터도 : 샅샅이 훑다 까마치 : 가물치 깨구락지 : 개구리



180. 니 꼬락서니가 영판 동냥치 꼬라지지
니 : 너 꼬락서니가 : 모습 영판 : 아주 동냥치 : 거지 꼬라지 : 성질 또는 모습

전라도 숙어 사전 27회

 

탯말은(사투리) 구어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숙어사전은 문어체를 고집하여 쓰고 있습니다.

탯말은 지방마다 산 넘고 강 건너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고장 말과 틀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의 이러한 작업은 글쓰는 분과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향수로 픽 웃는 분에게도 올립니다.

                                                                                                      (산향 조희범 올림)

 

431
낭구를 깎어 맹근 뺑도리가 얼음 우게서 잘도 팽팽 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팽이가 얼음 위에서 잘도 팽팽 돈다.

 

432

시한에는 꽃대뿌리만 부삭에 밀어 넣고 자도 지녘 내 따숩다.
겨울에는 진달래 뿌리만 부엌에 밀어 넣고 자도 저녁내 따뜻하다.

 

433

부삭에다 검불만 땐께 아랫묵만 겨우 민지근하다가 말아븐다.
부엌에다 짚만 때니 아랫목만 겨우 미지근하다가 만다.

 

434

구진 낭구를 꼬시른께 정개가 된빡 깜장 냉갈 천지다.
젖은 나무를 태우니까 부엌에 온통 검정 연기 투성이다.

 

435

부삭 불이 너무 싼께 비땅으로 불을 조깐 죽여라.
아궁이 불이 너무 세니까 부지깽이로 불을 조금 조절해라. 

 

436

불거금으로 쏘삭거린께 화리 불이 디져븐다.
부지깽이로 뒤적이니 화로 불이 죽어버린다.

 

437

당글개질 해서 굼불재까정 화리에다 옴막 담어라.
고무래질 해서 볏짚 재까지 화로에다 모두 담아라.

 

438

도야지막 같은 디서 가마떼기 쳐놓고 시한을 났단마시.
돼지우리 같은 데서 가마니 쳐놓고 겨울을 보냈단 말이네.

 

439

개짐머리에 용코로 걸렸는지 한속이 나드만 사시낭구처럼 떨린다.
감기에 제대로 걸렸는지 식은 땀나고 춥더니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440

시한에는 속케를 너서 바지를 맹글어 주시던 울 엄니
겨울에는 솜을 넣어서 바지를 만들어 주시던 우리 어머니

 

441
지심하고 짐초가 삐끔 대빡을 내밀면 비로서 봄보꾸가 시작된다
잡초와 옥잠화가 조금 고개를 내밀면 비로소 봄맞이가 시작된다

 

442

둠벙에는 연이랑 올챙이밥이랑 뚜깨비밥이 겁나게 많다. 
늪에는 연과 작은 부초와 큰 부초가 엄청나게 많다 

 

443

까끔에선 쟁기질새가 구슬피 울고 소양치는 첨으로 쟁기질 한다.
앞산에서는 쑥덕새가 구슬피 울고 송아지는 처음으로 쟁기질 한다.

 

444

논에다 퇴비를 핑긴 뒤로는 그무락지와 대사리가 무자게 많다.
논에다 퇴비를 준 뒤로는 거머리와 고동도 무지하게 많다.

 

445

봄에는 시른꽃 나물과 씀바구 그리고 머슴들레 풋노물이 있다.
봄에는 괭이밥과 씀바귀 그리고 민들레도 풋나물이 있다.

 

446

따땃한 남사밭 한비짝에는 포릇포릇 봄똥이 자라고 있다.
따뜻한 채소밭 한쪽에는 파릇파릇 봄동이 자라고 있다. 

 

447

해름판까지 남사밭에서 짐을 메는 울 어메.
해질 무렵까지 체소밭에서 김을 메는 우리 어머니.

 

448

도야지막 지슬 널판데기를 산께 기분이 솔찬히 좋다.
돼지우리 지을 널판자를 사니까 기분이 은근히 좋다.

 

449

대난 도야지 대부칠라는디 숫것이 없단 마시
발정난 돼지를 교미시키려는데 수컷이 없단 말이네

 

450

수부치러 씨 도야지를 몰고가는 거간꾼이 영판 근천스럽다
발정난 씨 돼지를 몰고가는 거간꾼이 매우 잘고 옹색하다

 

 

 

      전라도 탯말 사전을 쓰고 있는 이유

                - 이번 회에도 새롭게 읽는 이웃 분들을 위해 아래 글을 다시 올려 본다 -
 

 표준말과 사투리가 있다. 참말은 표준말이고 사투리는 각 지방 토속어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고향이 정해진다고 한다.  

꼬리표가 되고 줄을 서는데 서열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에게서 때론 주변과 그를 애워싼 모든 것들이 토속어 속에서 관계가 설정된다. 모든 사고나 심성까지도 사투리를 통해서 배우고 익혀 나간다.  마치 도도히 흐르는 물살과도 같은 것이다.

사투리라고 홀대 당하지만 분명 그 속에는 그 지방 사람만이 갖는 끈끈한 정이 감돌며 무슨 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사투리가 비속어로 치부되어 버렸고 사투리라는 어감 자체가 천박스럽게 느끼게 끔 시나브로 우리들의 마음에 점령해 있다.

 

표준말과 사투리의 이원론 속에 마치 사투리가 지니고 있는 문화까지도 헐값에 매도당하고 있다. 글쓴답시고 고향의 탯말들을 알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랑과 고통을 함께 했던 사투리를 정직하게 비춰지질 않고 우스개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자룡 헌칼 내두르듯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함부로 막 쏟아 내버린 잘못에 대해선 그가 아무리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였더라도 식모나 머슴, 술집 작부 그리고 공장여공들로 폄하 비하 시킨 그들이 결코 고향 사람들에게는 자유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요즘은 사투리는 밖으로 나타나지를 못하고 자꾸 숨어 들어간다.

 

서글프게도 사투리는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나 쓰는 언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리 나라가 근대로 오는 짧은 과정 중에서 표준말과 사투리로 구분해 놓고 표준말은 소수 특수층만의 지식인이고 서울 중심의 사회를 만들려는, 서울로 서울로 꾸역꾸역 밀려들게 만든 이땅의 가치관 지체를 엉망으로 바꿔버린 대표적인 잘못된 결정이다. 나는 그래서 사투리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은 토속어니 토박이라는 한자와 한글이 뒤석인 말 보담 어머니 탯속부터 배워 온 말이라고 해서 탯말이라고 쓴다. 

 

나의 고향은 항구 도시 목포다. 목포는 지금은 인구 30만도 안 되는 남녘끝 조그마한 소도시이지만 1897년 인구 5만명 정도로 개항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의 5대 도시였다. 일찍부터 삼백三白의(쌀 목화 소금)도시 답게 교역의 중심지였다. 황포 돛대를 단 나룻배들이 영산강의 긴 여정을 마치는 끝자락도 목포이고  우리나라에서 섬들이 가장 많고 섬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과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길목도 목포 항구였다.

 

목포는 전라도 탯말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탯말들로 북적거리던 항구 도시 목포에서는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갈매기 마저도 탯말들을 나쿼채어 주둥이에 물고 노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곳이 나의 고향이다. 그 탯말의 중심부에서 선대부터 나고 자랐으며 그래서 탯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잊혀져 가는 것을 붙들고 아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탯말은 어머님 같은 것이다. 마음속에는 어머님을 그리워하듯이 탯말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전라도는 지역적으로 서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산이나 혹은 바다 속으로 힘없이 함몰되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진취적이며 저돌적이고 이성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며 슬기롭고 지혜롭다. 이는 저무는 석양을 보면서 채득한 바라봄의  철학이 몸에 베였기 때문이고 그래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을까 싶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에선 낭만과 풍류들이 뒤엉킨 탯말들이 풍겨 나온다. 사람사는 그런 냄새가 나는 그 탯말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탯말을 이야기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그건 전라도 사람들의 성품들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잡초처럼 짓밟히고 뭉개져도 그들의 생각에 정의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쉽게 행동에 옮겨 놓지 않는다. 그러나 민중 위에 군림하려는 그 어떠한 세력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 동학민중운동이니 학생의 날을 11월 3일로 정하게 된 역사적 배경들은 차제 하더라도 근 3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모질도록 질기게 싸워서 1950년에 민중들의 승리로 끝마친 <하의도 소작 쟁의 운동>이며 1976년 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함평 고구마 사건>이며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가 바로 전라도 민초들이다.

 

나는 가끔 우리의 위대한 선배 거시기들께서 “대창을 들고 머시기로 모이자”라는 말들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에 사로 잡힌 적이 가끔 있다. 이렇듯 우리들의 핏속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여지없이 일어서는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것은 탯말들속에 베어 있다.

 

임진왜란 때는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상들이 왜놈들과 맞서 싸우는 그 참 모습에 감격한 이순신 장군 마저도 난중일기에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고 남겼다. 김칫거리를 짓가심이라 하는 사람들, 남들의 언짢은 일을 보면 “오메, 으짜거나이”하며 슬픔을 같이 하고 늘 낮게 살아야 하다를 “야찹게 살라" 하신 어머님의 말들이 살아 숨쉬는 그 곳 내 고향 탯말들을 기필코 써 볼까한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를 받아 용기를 얻고 싶다.

                                                                                                             (산향 조희범)

전라도 탯말 숙어 사전 20회

 

탯말은 지방마다 산 넘고 강 건너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자기 고장 말과 틀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글쓰는 분을 위해서 씁니다. 그리고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향수로 픽 웃는 분에게 올립니다.

저의 블로그는 댓글 쓰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퍼 가시는 걸 허용합니다. (산향 조희범)

 

286. 가실에는 비땅도 덤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일 손이 필요하다는 뜻.

 

287. 둠벙에서 용난다.
     개천에서 용난다.

 

288. 쪼깐한 거무도 줄만 잘 친다.
     작은 거미도 줄 만 잘 친다.

 

289. 동냥치가 도승지 걱정한다.
     거지가 도승지 걱정한다.

 

290. 걷기도 전에 담바꿀 치려 한다.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한다.

 

291. 기 눈 감추듯 한다.
     게 눈 감추듯 한다.

 

292. 지집 바뀐 건 모르고 저븜 바뀐 건 안다.
     계집 바뀐 건 모르고 젓가락 바뀐 건 안다.

 

293. 괴냉이가 게 보듯 한다.
     고양이가 게 보듯 한다.

 

294. 괴냉이 시수하듯 한다.
     고양이 세수하듯 한다.

 

295. 귀때기 장시하지 말고 눈구녕 장시해라.
     귀 장사하지 말고 눈 장사해라.

 

296. 꼴랑지가 질면 밟힌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297. 낭구 잘 타는 놈은 낭구에서 떨어져 디지고 시험 잘 치는 놈은 물에 빠져 디진다.
     나무 잘 타는 놈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헤엄 잘 치는 사람은 물에 빠져 죽는다.

 

298. 냉중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
     나중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

 

299. 나락가리에 불내고 싸래기 주서 묵는다.
     벼 노적에 불내고 싸라기 주서 먹는다.

 

300. 눈구녕 개리고 아웅한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


 

전라도 탯말 사전을 쓰고 있는 이유

                - 이번 회에도 새롭게 읽는 이웃 분들을 위해 아래 글을 다시 올려 본다 -
 

 표준말과 사투리가 있다. 참말은 표준말이고 사투리는 각 지방 토속어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고향이 정해진다고 한다.  

꼬리표가 되고 줄을 서는데 서열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에게서 때론 주변과 그를 애워싼 모든 것들이 토속어 속에서 관계가 설정된다. 모든 사고나 심성까지도 사투리를 통해서 배우고 익혀 나간다.  마치 도도히 흐르는 물살과도 같은 것이다.

사투리라고 홀대 당하지만 분명 그 속에는 그 지방 사람만이 갖는 끈끈한 정이 감돌며 무슨 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사투리가 비속어로 치부되어 버렸고 사투리라는 어감 자체가 천박스럽게 느끼게 끔 시나브로 우리들의 마음에 점령해 있다.

 

표준말과 사투리의 이원론 속에 마치 사투리가 지니고 있는 문화까지도 헐값에 매도당하고 있다. 글쓴답시고 고향의 탯말들을 알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랑과 고통을 함께 했던 사투리를 정직하게 비춰지질 않고 우스개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자룡 헌칼 내두르듯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함부로 막 쏟아 내버린 잘못에 대해선 그가 아무리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였더라도 식모나 머슴, 술집 작부 그리고 공장여공들로 폄하 비하 시킨 그들이 결코 고향 사람들에게는 자유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요즘은 사투리는 밖으로 나타나지를 못하고 자꾸 숨어 들어간다.

 

서글프게도 사투리는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나 쓰는 언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리 나라가 근대로 오는 짧은 과정 중에서 표준말과 사투리로 구분해 놓고 표준말은 소수 특수층만의 지식인이고 서울 중심의 사회를 만들려는, 서울로 서울로 꾸역꾸역 밀려들게 만든 이땅의 가치관 지체를 엉망으로 바꿔버린 대표적인 잘못된 결정이다. 나는 그래서 사투리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은 토속어니 토박이라는 한자와 한글이 뒤석인 말 보담 어머니 탯속부터 배워 온 말이라고 해서 탯말이라고 쓴다. 

 

나의 고향은 항구 도시 목포다. 목포는 지금은 인구 30만도 안 되는 남녘끝 조그마한 소도시이지만 1897년 인구 5만명 정도로 개항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의 5대 도시였다. 일찍부터 삼백三白의(쌀 목화 소금)도시 답게 교역의 중심지였다. 황포 돛대를 단 나룻배들이 영산강의 긴 여정을 마치는 끝자락도 목포이고  우리나라에서 섬들이 가장 많고 섬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과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길목도 목포 항구였다.

 

목포는 전라도 탯말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탯말들로 북적거리던 항구 도시 목포에서는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갈매기 마저도 탯말들을 나쿼채어 주둥이에 물고 노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곳이 나의 고향이다. 그 탯말의 중심부에서 선대부터 나고 자랐으며 그래서 탯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잊혀져 가는 것을 붙들고 아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탯말은 어머님 같은 것이다. 마음속에는 어머님을 그리워하듯이 탯말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전라도는 지역적으로 서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산이나 혹은 바다 속으로 힘없이 함몰되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진취적이며 저돌적이고 이성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며 슬기롭고 지혜롭다. 이는 저무는 석양을 보면서 채득한 바라봄의  철학이 몸에 베였기 때문이고 그래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을까 싶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에선 낭만과 풍류들이 뒤엉킨 탯말들이 풍겨 나온다. 사람사는 그런 냄새가 나는 그 탯말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탯말을 이야기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그건 전라도 사람들의 성품들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잡초처럼 짓밟히고 뭉개져도 그들의 생각에 정의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쉽게 행동에 옮겨 놓지 않는다. 그러나 민중 위에 군림하려는 그 어떠한 세력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 동학민중운동이니 학생의 날을 11월 3일로 정하게 된 역사적 배경들은 차제 하더라도 근 3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모질도록 질기게 싸워서 1950년에 민중들의 승리로 끝마친 <하의도 소작 쟁의 운동>이며 1976년 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함평 고구마 사건>이며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가 바로 전라도 민초들이다.

 

나는 가끔 우리의 위대한 선배 거시기들께서 “대창을 들고 머시기로 모이자”라는 말들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에 사로 잡힌 적이 가끔 있다. 이렇듯 우리들의 핏속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여지없이 일어서는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것은 탯말들속에 베어 있다.

 

임진왜란 때는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상들이 왜놈들과 맞서 싸우는 그 참 모습에 감격한 이순신 장군 마저도 난중일기에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고 남겼다. 김칫거리를 짓가심이라 하는 사람들, 남들의 언짢은 일을 보면 “오메, 으짜거나이”하며 슬픔을 같이 하고 늘 낮게 살아야 하다를 “야찹게 살라" 하신 어머님의 말들이 살아 숨쉬는 그 곳 내 고향 탯말들을 기필코 써 볼까한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를 받아 용기를 얻고 싶다.

                                                                                                             (산향 조희범)


 

[출처] 전라도 숙어 27회|작성자 산향


 

전라도 탯말 숙어 사전 24회

 

탯말은 구어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가능한 탯말은 문어체를 고집하여 쓰고 있습니다.

탯말은 지방마다 산 넘고 강 건너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자기 고장 말과 틀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글쓰는 분을 위해서 씁니다. 그리고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향수로 픽 웃는 분에게도 올립니다.

댓글 쓰기가 없습니다.  안부게시판에 다른 의견을 써주세요. (산향 조희범)


(366). 말간 술은 보세기에 묵고 탁배기는 큰대접에 마신다.
         소주는 종지에 먹고 막걸리는 큰그릇에 마신다.


(367). 여년히 알아서 한디 일마다 신청한께 꼬라븐다. 
          어련히 알아서 하는데일마다 참견 하니까 골이난다.


(368). 오메, 갱아지 왔는가 함서 반기시는 울 외하네.
          오오, 보고 싶은 예쁜 아이 왔는가 하면서 반기는 외할아버지. 


(369). 해보자고 앵긴디 니는 오늘 디졌은게 암도 말기지(말게다) 마라.
          싸우자고 덤비는데 너는 오늘 죽었으니까 아무도 말리지 말아라.  


(370). 사둔네 놈 말하고 자빠졌네.
          사돈네 남의 말하고 있네. 


(371). 퍼떡 치네라면 치네지 으째서 으그데미 뿌사리처럼 거석에 있냐.
          빨리 치우라면 치우지 어째서 웅크리는 황소처럼 거기에 있느냐.


(372). 니가 쪼끔 산다고 드럽게 대대헌께(대돼허다, 데데허다) 영판 거석하다.
          네가 조금 산다고 더럽게 거만하니까 매우 거시기 한다.(행위나 상태가 불분명할 때)


(373). 이몸이 디져디져 골백번 고쳐 디져도 꼬신다고 넘어 갈쏘냐. 
          이몸이 죽고죽어 수백 번 고쳐 죽어도 꼬신다고 넘어 가겠느냐.


(374). 묵을 것이 없던 시상에는 개떡도 못 묵고 생키로 산 적이 있다.
          먹을 것이 없던 세상에는 쌀겨로 만든 떡도 못 먹고 소나무 껍질로 산 적이 있었다.  


(375).무담시(맬겁시, 빼겁시) 잽히면 귀방망이부터 나뿌닥이 삘갤 때까지 올려부쳤다.
          괜히 잡히면 귀 부근의 빰을 얼굴이 붉을 때까지 때렸다.


(376). 찌다락한 놈이 소가지 없이 즈그 동상을 짤래라고 놀린다.
          키큰 놈이 철없이 자기 동생을 절름발이라고 놀린다.


(377). 부람서 어째꼬롬 쎄레부렀는지 삭신의 사방데가 시풀시풀하다.
          자백하라고 하면서 어떻게 때렸는지 몸의 전체가 퍼런 멍이 들어있다.


(378). 만치면 자빠져야 하고 자빠지면 맨사댕이로 맹그는 두룸박 신세.
           만지면누워야하고 누우면 벌거숭이로 만드는 두레박 신세.


(379). 저 가이내와 나는 가직헌 사인께 건들기만 하믄 디질 줄 알아라.
          저 가시나와 나는 가까운 사이니까 건들기만 하면 죽는 줄 알아라.


(380). 엔간하믄 인자 풀릴 만도 한디 아즉 암시랑토(암시랑, 암상토) 않다니 할 말이 없다.
           어지간하면 이제 화를 삭일 만도 한데 아직 아무렇지도 않다니 할 말이 없다.

 

(381). 아이마다(어이마다), 그러지 마란마다.
         (다 큰아이을 친밀하게 부르는 표현) 큰 아기야, 그렇게 하지 말란 말이다.

(382). 계가리(기가리) 땜새 온 기꾼은 한비짝(한피짝)으로 앙그쇼.
          계모임 때문에 오신 계꾼은 한쪽으로 앉으세요.  

   
(383). 공일이라고 인자사 인나 밥 묵습니다.
          휴일이라고 이제야 일어나 밥 먹습니다.  


(384). 가심이 더부룩하믄 엉친(영친) 줄 알고 바늘로 엄지 손꾸락을 따야 한다.
          가슴이 더부룩하면 체한 줄 알고 바늘로 엄지 손가락를 따야 한다..


(385). 호박이 영쿨(넌출)체 굴러 온다.
          호박이 넝쿨채 굴러 온다.

 

(386). 심이 시어서 질에 있는 도팍도 뽈깡 들어 치낸다.
          힘이 세어서 길에 있는 돌도 쉽게 들어 치운다.


(387). 집은 머니머니해도 서끌(석끌)이 실해야 한다.
          집은 무엇이라고 해도 서까래가 튼튼해야 한다,


(389). 써금써금한 마구간을 쓸고 새로 지슬 널판데기를 사니까 기분이 솔찬히 좋다.
          썩어가는 외양간을 쓰러트리고 새로 짓을 널 판자를 사니까 기분이 대단히 좋다.


(390). 대빡답게 모가지에 심을 줘야제 영판 새살거린다.
          우두머리답게 모가지에 힘을 주어야지 너무 잔소리가 많다.  


                                                                                              (산향 조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