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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앞 마당에서 -feelbong

필봉 장 2018. 2. 2. 20:31

우체국 앞 마당에서 -feelbong

 

 

 

신 경춘선을 타려다가 말고

청평역을 빠저 나오는데

우체국앞에서 잠시 머뭇 거렸다

문득

너에게 편지 한장 써 붙이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손 전화기에 만 의지하기 때문에

자꾸만 외면당하는 빨간 우체통

어쩜

저렇게 삐진듯한 표정으로 시무룩하다

 

그런데

뭐라고 써야 하나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너무 오랫만에 잡아 본  몽당 연필

죽을만큼

널 사랑했지만

사랑이란 말조차 어색해진 탓으로
그 마음 헤아릴 수 없어

내 마음만

못난가슴이 시키는대로 써 내려 갑니다

양지쪽에 핀 보랏빛 제비꽃

언덕위 아롱아롱 피어 오르는 아지랭이

아직도 차갑게 웃깃 깊숙히 파고드는 봄바람

복수초

얼레지

바람꽃

노루귀

예쁜 들꽃들이 미소를 머금고 봄볕 햇살을 반길 때

나도  따라 베시시 웃었습니다

필때가 있으면 질때도 있겠지만

유난히도 매서운 꽃샘추위

난  덜덜 떨고 말았어

 

못 견디게

손이 시려와

꼭 잡아던 손을 놓아버리니까

온 몸에서 냉기까지 돌아

나 어떡해

가슴 시리고 못 견디게 아파오고

왔으면 돌아가는 것 또한 순리겠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먼 하늘만  처다 볼 줄 몰랐어

내 인생 전부를 올인해 놓고 선  뒷 감당을 못한 바보

그렇게 매정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우둔한 머리로는  조금 이해가 되

하지만

아직도 가슴은 아무것도 모른 체

눈물만 머금고있어

 

내 이럴 줄  진즉 알았다면

돌아 갈 걸 그랬어

하필 우체국 앞을 지나가다

그리움으로 배고픈 우체통 때문에

참 많이도 슬펐어

온 종일 

난 널 생각했지

기다리던 봄이 왔어도

화사하게 꽃은 피었어도

아직

내가슴에 겨울비가 내린것을...